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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9 상품의 질 미학은 가능할까

상품의 질 미학(Aesthetic qualities of commodities)은 가능할까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저명한 사회학자들은 상품미학 비판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주로 미학이 다루고 있는 욕구와 감성을 자본주의 내에서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본주의 상품생산이 지향하는 것은 교환가치인데, 이런 상품 미학이 인간의 미적 행위를 조직하여 우리들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상품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정형화된 기호가치 때문에 구매되고 소비되며, 이 속에서 인간의 욕구는 진정으로 충족되지 않고 오로지 가상적으로 충족되어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의 소비에 몰두하게 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



 이런 상품미학들은 교환가치에 지배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두고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나는 이렇게 특수한 형태의 사용가치가 아닌 사용가치 그 자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가치와 멀리 동떨어진 독립된 사용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결국 내가 고찰하고자 바는 교환가치와 분리된 사용가치 자체가 아니라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지배되는 양식에 초점을 맞춘 여러 연구와는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가치 갖는 일반적인 위치이다.


 

□ 사용가치의 미학


 상품은 질과 양의 두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유용한 물건은 수많은 속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다양하게 유용할 수 있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으로 하여금 사용가치가 되게 한다. 이 유용성은 공중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주어지고 있으며, 그 상품체(physical body of the commodity)와 별도로 존재할 수 없다. 같은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은 같은 비율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경우에는 아예 교환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교환은 서로 다른 사용가치에서, 즉 질적으로 서로 다른 상품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질적으로 서로 다른 상품들, 예컨데 1개의 시계와 2kg의 쌀이 교환된다. 이렇게 교환가치는 우선 양적 관계, 즉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로 나타난다.


 그런데 교환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가 다른 누군가에게 유용해야 할 것이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는 사용가치를 생산할 뿐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 즉 사회적 사용가치를 생산하고, 그 생산물을 사용가치로 쓰는 사람에게 교환을 통해 이전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 미학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상품의 사용가치가 유용하다고 판단하는데에는 취향 판단, 즉 미적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물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못할 수 있다. 바로크 음악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론적으로 아무리 설명한다 할지라도 그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그에게 바로크 음악이 담긴 CD와 그의 시계를 교환자고 해보자. 그에게 아무리 많은 바로크 음악 CD를 준다고 할 지라도 그는 절대 교환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싼 가격에, 설사 무료로 그 CD를 준다고 해도 그는 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각 개인들의 취향과 선호는 경제학에서 수요로 나타난다.


 이제 경제학의 공급의 측면에서 사용가치의 미학을 바라보자. 상품을 생산하는 자들은, 그들의 상품이 교환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상품의 사용가치를 생산해야한다. 상품이 사회적으로 유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각기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타당한 취향을 전제해야 한다.


 이것은 칸트가 말한 미적 판단의 이중성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튤립이 아름답다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의 취향판단에 근거해서 튤립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다른 누군가도 이 튤립이 아름답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 개별적이고도 특수한 취향판단은 마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보편성에 근거해서 우리는 상품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싸이는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를 만들면서(대중음악의 보편적인 미학적 기준들에 맞게) 이것이 대중들에게 만족을 줄 것이라 예상하고 상품 시장에 내놓았을 수도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상품미학 비판이론을 통해 내용을 더 보충하자면 '사용가치의 객관적인 미적 약속'을 통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환은 사용가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약속을 통해서, 상품을 둘러싼 '아름다운 가상'에 의해 발생한다. 상품을 둘러싼 미적 가상은 어떤 약속, 예를 들자면 사랑, 행복, 자유, 지성 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Posted by Econom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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