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질 미학(Aesthetic qualities of commodities)은 가능할까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저명한 사회학자들은 상품미학 비판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주로 미학이 다루고 있는 욕구와 감성을 자본주의 내에서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본주의 상품생산이 지향하는 것은 교환가치인데, 이런 상품 미학이 인간의 미적 행위를 조직하여 우리들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상품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정형화된 기호가치 때문에 구매되고 소비되며, 이 속에서 인간의 욕구는 진정으로 충족되지 않고 오로지 가상적으로 충족되어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의 소비에 몰두하게 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



 이런 상품미학들은 교환가치에 지배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두고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나는 이렇게 특수한 형태의 사용가치가 아닌 사용가치 그 자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가치와 멀리 동떨어진 독립된 사용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결국 내가 고찰하고자 바는 교환가치와 분리된 사용가치 자체가 아니라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지배되는 양식에 초점을 맞춘 여러 연구와는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가치 갖는 일반적인 위치이다.


 

□ 사용가치의 미학


 상품은 질과 양의 두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유용한 물건은 수많은 속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다양하게 유용할 수 있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으로 하여금 사용가치가 되게 한다. 이 유용성은 공중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주어지고 있으며, 그 상품체(physical body of the commodity)와 별도로 존재할 수 없다. 같은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은 같은 비율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경우에는 아예 교환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교환은 서로 다른 사용가치에서, 즉 질적으로 서로 다른 상품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질적으로 서로 다른 상품들, 예컨데 1개의 시계와 2kg의 쌀이 교환된다. 이렇게 교환가치는 우선 양적 관계, 즉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로 나타난다.


 그런데 교환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가 다른 누군가에게 유용해야 할 것이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는 사용가치를 생산할 뿐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 즉 사회적 사용가치를 생산하고, 그 생산물을 사용가치로 쓰는 사람에게 교환을 통해 이전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 미학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상품의 사용가치가 유용하다고 판단하는데에는 취향 판단, 즉 미적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물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못할 수 있다. 바로크 음악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론적으로 아무리 설명한다 할지라도 그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그에게 바로크 음악이 담긴 CD와 그의 시계를 교환자고 해보자. 그에게 아무리 많은 바로크 음악 CD를 준다고 할 지라도 그는 절대 교환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싼 가격에, 설사 무료로 그 CD를 준다고 해도 그는 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각 개인들의 취향과 선호는 경제학에서 수요로 나타난다.


 이제 경제학의 공급의 측면에서 사용가치의 미학을 바라보자. 상품을 생산하는 자들은, 그들의 상품이 교환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상품의 사용가치를 생산해야한다. 상품이 사회적으로 유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각기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타당한 취향을 전제해야 한다.


 이것은 칸트가 말한 미적 판단의 이중성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튤립이 아름답다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의 취향판단에 근거해서 튤립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다른 누군가도 이 튤립이 아름답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 개별적이고도 특수한 취향판단은 마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보편성에 근거해서 우리는 상품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싸이는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를 만들면서(대중음악의 보편적인 미학적 기준들에 맞게) 이것이 대중들에게 만족을 줄 것이라 예상하고 상품 시장에 내놓았을 수도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상품미학 비판이론을 통해 내용을 더 보충하자면 '사용가치의 객관적인 미적 약속'을 통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환은 사용가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약속을 통해서, 상품을 둘러싼 '아름다운 가상'에 의해 발생한다. 상품을 둘러싼 미적 가상은 어떤 약속, 예를 들자면 사랑, 행복, 자유, 지성 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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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어와 작문을 수강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아비투스의 내면화와 재생산

(박화성바람뉘의 비평적 고찰)


 

서론

 

 전통적으로 여성 억압적인 한국 권력의 장 안에서하위 장으로서의 문학 장 안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어떻게 그려지고 읽혀 왔는가그에 대한 여성상을 분석하기 위해 본 글에서는 우선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빌려역사 속 타자였던 여성이 스스로 주체로 인식하고 사회의 제반 아비투스와 대결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였던 여성이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남성이 매개체로서 설정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여성은 남성중심의 기존 가치체계를 그대로 이식하여 여성 스스로도 사회의 아비투스를 내면화하고그 결과 여성을 규정하고 억압하는 것들을 당연시하게 한다는 문제점을 밝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문학 장 안에서의 여성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식민지 치하에서 강조된 모성을 논의 해보고박화성의 소설 바람뉘를 위에서 언급한 관점에서 비평적으로 고찰해보겠다.

 

 

아비투스

 

 “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오늘도 유효하다지배는 물리력을 이용한 강제를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그 이전에 담론을 통한 설득에 기반하여 유지되는 법이다이에 하이데거는 세론(Gerede)’에 관해 언급하며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비투스(habitus)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대중 들 사이에 떠도는 세론은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특히 타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 속에서 물질적 형태로 존재한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습’ 개념을 받아들여 개인의 생활양식으로 기능하면서 생활양식을 성립시키고 있는 개인의 관습과 행동을 통일·생성하는 원리를 아비투스라고 하였다곧 아비투스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 성향체계의 형태로서 사회구조가 체화된 것을 의미한다.


 문화 관습에 의한 오인임에 지나지 않는 현상을 자연스런 인지나 신체의 필연적 소산으로 생각하게 하는 아비투스는 첫째그 성원이 집단 밖으로 나가는 것이나 밖에서 아비투스의 집단 안으로 들어올 때 제어하는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둘째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거나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체 인식을 근저로부터 뒤엎을 것을 요청하는 상징적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상징적 폭력이란 물물교환에서 이루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부르디외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상징적 폭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문화적으로 남성적인 것이라고 규정된 행위가 여성들의 일과 대립되고 있을 때에 비로소 지배의 원초적 형태가 발현되며 남성적 지배의 효과가 사회적으로 가능한 것은 지배관계가 육체적 관습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지배관계는 노동분업이나 여성들의 존재양태또는 육체적 기능에 관하여 사회적인 규범을 여성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신비한 힘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육체를 통한 지배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제로섬의 상태가 아니라인정과 오인의 과정이 혼합된 복합적인 인간관계라 할 것이다특별히 여성이 사회로 진출하려는 경우에 아비투스는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을 유도하며 여성이 자신 속에 새겨져 있는 배제를 승인하는 것을 그만둘 것을 강요한다. (이에 관한 논의는 진중권폭력과 상스러움푸른숲피에르 부르디외신미경 역사회학의 문제들동문선홍성민문화와 아비투스나남출판 참고)

 

 

. 1950년대 강조된 아비투스모성

 

 식민지로 황폐화된 상황에서 광복이 되었지만 다시금 전쟁이란 한계상황을 겪은 50년대 한국소설에 나타난 여성상은 모성이 강조된 형상을 띤다그것은 아비 부재의 전쟁 상황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존재로 어머니가 설정되곤 하기 때문이다.

 

 

박화성,바람뉘에 대한 비평적 고찰

 

 ‘바람뉘라는 말은 큰바람폭풍을 일컫는 말이다당대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박화성은 바람뉘에서 역사의 폭풍, 6·25와 그 와중의 삶이라는 폭풍 같은 삶 속에서 초점화자 장운희의 여성적 삶과 의식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주인공 장운희는 의사인 남편과 오빠가 북으로 끌려간 뒤 홀로된 어머니와 자식 부양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그런데 그러한 삶의 와중에 그녀는 점차 당연히 여성의 특성으로 되어 있는 아비투스를 인식하게 된다그리고 그러한 제반 여건에 저항하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운희의 자각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황석이라는 남자의 존재라는 점이다역사 속 타자였던 여성이 드디어 스스로를 주체로 인식하고 사회의 제반 아비투스와 대결하나타자였던 여성이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결국 남성이 매개체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그녀의 다른 소설하수도공사에서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동건과의 결혼을 꿈꾸는 용희에게 동건은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 모든 장애를 돌파하고 자체를 개척하여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여성문제를 사회주의적으로 모색하여 계급해방을 여성해방보다 우위에 놓았기 때문에 드러난 한계점이다그리고 남성이 매개로 되고 있는 이유는사실상 박화성 자신이 남편의 사회주의에서 자신의 문학에 내재하고 있는 사상적 경향의 근원을 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가 개인적이기보다는 이론적이며 시대적인 부분이라며 그녀를 옹호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대부분의 여성주인공들이 스스로의 의식 혹은 자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기보다는 남성의 배경으로 머물고 있는 한계는 사실 사회 제반의 아비투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며이러한 답습은 결국 문화적으로 다시 재생산되어 세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람뉘에서 드러나는 모성을 의지의 미학이라며 찬사하는 태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모성을 강조하는 아비투스는 일제의 여성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일본은 한일합방후 황국여성을 만들기 위해철저한 복종혁 여성상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면서 여성의 모성을 강조하였는데 그러한 결과 여성은 자신의 주체성보다는 가족과 모성 이데올로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모성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설정은 모든 문제를 여성에게 미루고 억압을 은폐하는 행위이다그런 점에서 모성 이외의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소설이 여성문학적 관점에서 매우 의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참고 문헌

 

곽상순모성적 전통지향의 소설화 혹은 정치적 보수주의의 문학화

권명아식민지 경험과 여성의 정체성

문학이론연구회담론분석의 이론과 실재문학과지성사

사이드 에드워드문화와 제국주의

송명희·이태숙·안숙원 편저페미니즘 정전 읽기푸른사상

이태숙여성문제의 사회주의적 모색

조미숙지식인 여성상의 사적고찰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진중권폭력과 상스러움푸른숲,

최일수의지의 미학

피에르 부르디외신미경 역사회학의 문제들동문선

홍성민문화와 아비투스나남출판

Mills Sara, 담론인간사랑





 박화성(1904~1988)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소설가로, 이광수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고통받는 도시 노동자나 농민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썼고, 1945년 이후에는 서민들의 세대의식이나 애정문제 등을 다룬 소설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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