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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즐거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 한다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서전을 읽고


 위인들의 자서전은 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시대를 살아간 고인의 가치관과 숨결이 녹아 있는 자서전은 각자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삶의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르게 읽히는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있어 폭풍 하나 흔들지 못하는 우리네 마음에 고요한 파도를 일으킨다. 그런 마음을 어찌 글로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도,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자유롭게 글을 써볼까 한다.



 “지구가 가진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마하트마 간디의 외침은 늘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폐부를 콕콕 찌른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러한 외침을,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것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의 근본적으로 곪아 터진 상처를 외면한 채, 색안경을 쓰고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다.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그것들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해본다. 혹은 너무나 바삐 살아가는데 매달려 이러한 생각을 깊게 고민해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은 대중의 생활습관, 도덕기준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규범을 만들어가야 하는가? 자신의 규범에 따라 살고 그것을 지키면서 그에 반대되는 사회에 대항하여 거슬러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무저항의 길을 따를 것인가?” 누구나 세상을 변화시키며 살 것인지, 아니면 주어진 현실과 타협하고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규범에 따라 세상을 변화하는 데 자신을 바치고 그에 반대하는 사회에 맞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위인인 것이다.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라는 기록영화를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의 건설과 대량 학살을 주도했던 루돌프 아이히만은 자신이 명령체계의 한 부분이였고 내려진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며, 일개 관료로서 내려진 명령에 대해 복종하는 것은 미덕이지 처벌당할 일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이에 대해 판사가 시민적 용기를 가지고 그 명령에 저항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었느냐고 하자, 아이히만은 그런 시민적 용기가 관료적으로 조직화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아이히만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수 없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찌 죄가 되겠는가?


 하지만, 스코트 니어링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진정 사는 대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자기 자신에게 묻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이는 인간이 생각하지 않고 도덕적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을 때 악은 우리의 일상에 항상 존재하게 되며, 더 나아가 평범한 그 누구라도 그의 일상적인 삶이 언제든 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푸코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푸코는 칸트를 통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비판적 태도의 성숙으로 이해했고, 비판적 태도를 가진 이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기존의 질서가 부여하는 방식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자아의 다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잠재적인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각박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사는 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관료들과 심지어 믿었던 동료들마저 자신을 핍박해도 자극적인 소비의 욕망과 도시를 뒤로 한 채 자립농을 하며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켰던 스콧 니어링의 거칠며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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