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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즐거움

발터 오이켄(Walter Eucken)의 질서 자유주의

2008년 거시경제학, 2013년 제도경제학을 수강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발터 오이켄 Walter Eucken(1891~1950)

: 독일의 경제학자이며 질서자유주의의 아버지라 불리운다.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사상적,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독일의 권위 있는 Herder Staatslexikon(국가학 사전)은 발터 오이켄을 제1차 세계대전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den bedeutendsten deutschen Nationalökonomen seit dem Ersten Weltkrieg”)라고 칭송하고 있다.


 

생애와 업적

 

 발터 오이켄은 독일 튀링겐 지역의 예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루돌프 오이켄(Rudolf Eucken)는 저명한 철학자였고, 어머니 이레네 오이켄(Irene Eucken)은 미술가였다. 이들은 당시 독일의 저명한 학자, 문인들과 많은 교류를 맺었는데, 그 중에는 게르하르트 하우프만(Gerhard Hauptmann)과 같은 유명한 시인도 있었다. 오이켄은 이처럼 학술적이고 교양있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루돌프 오이켄은 근대 기술사회의 혼돈으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구하고, 중세에서와 같은 종합적이고 질서 있는 사회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신칸트주의의 업적으로 그는 19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오이켄이 경제정책의 원칙 Grundsätze der Wirtschaftspolitik에서 견지하고 있는 낙관주의, 즉 이성적 인간은 그러한 질서를 발견하고 건설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도 사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물론 오이켄에게 있어서는 그 질서의 내용이 달랐다.


 오이켄은 김나지움(Gymnasium, 독일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을 졸업한 후 역사학과 경제학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역사 및 철학에도 흥미를 가졌으며, 키일, , 예나 등에서 경제학, 역사학, 철학 등을 공부하였다. (Bonn) 대학에도 당시 역사학파가 지배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디이첼(Heinrich Dietzel)이라는 이론경제학 교수가 있었다. 그는 역사학파에 대항하여 이론경제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오이켄은 역사학파 강의도 많이 들었지만 디이첼 교수에게서 이론을 배웠다. 1913년 본대학에서 해운업에 있어서의 경제단체의 결성 Die Verbandsbildung in der Seeschiffahrt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지도교수는 디이첼 교수였다. 여기에서 이미 그는 이른바 <사적 경제권력>(개별경제주체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경쟁적 경제질서에서 강력한 조직력이나 경제력에 의거하여 타주체의 자유와 경쟁을 제한하는 모든 세력을 뜻함)의 역할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때까지 그는 역사학파의 영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그는 역사학파의 좀바르트, 사회주의자 오펜하이머 등이 있는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으로 가서 역사학파, 마르크스주의 등에 관하여 계속 연구하였다. 191418년에 1차대전에 참전하여 일선에 근무하였으며, 훈장도 받았다. 1921년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에서 세계의 질소공급에 관한 연구 Die Stickstoffversorgung der Welt라는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하였다(Habilitation). 오이켄은 이 논문을 작성한 후, 당시의 불안정한 경제, 사회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역사학파의 한계를 느끼고 서서히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오이켄은 이때 베를린 대학에서 알게 된 에디트(Edith Eucken-Erdsiek)와 결혼하였다. 오이켄은 1925년 튀빙겐대학의 교수로 취임하였으나, 2년 후 다시 프라이부르크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1950년 사망할 때까지 재직하였다.


 오이켄은 시장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시장경제원칙이 본질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상황이 지속되던 1930년대에 프라이부르크대학의 교수인 뵘(Franz Böhm), 그로쓰만-되르트(Hans Großmann-Doerth)와 더불어 프라이부르크학파를 결성하여, 올바른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사상적, 이론적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이른바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us) 사상을 발전시켜, 1945년 종전 이후 독일의 경제질서가 된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의 수립에 사상적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 오늘날 독일의 경제학계는 전통적인 역사학파의 흐름과, 오이켄의 사조 및 케인스 학파 등 3분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는 종전 후 자유주의 사상의 보급과 실현을 위해 1948Ordo(질서)라는 학술잡지를 창간하고, 미 점령군 및 서독 정부의 경제자문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1950년에 런던대학 출강 중 객사하였다. 오이켄이 죽은지 4년 후, 1954년 그의 동료들과 제자들이 Walter Eucken Institut를 설립하고 하이예크(Friedrich Hayek)와 뷰케넌(James M. Buchanan)이 이에 대표를 맡은 바 있다.


- Werke : Nationalökonomie - Wozu? Godesberg, 1947 (zuerst als Beitrag, 1938)

Die Grundlagen der Nationalökonomie. Jena, 1939

Unser Zeitalter der Misserfolge. Fünf Vorträge zur Wirtschaftspolitik. Tübingen, 1951

Grundsätze der Wirtschaftspolitik. Tübingen, 1952

als Herausgeber:

 

gemeinsam mit Franz Böhm und Hans Großmann-Doerth: Ordnung der Wirtschaft. (Einzelpublikationen) 1937 ff.

gemeinsam mit Franz Böhm: ORDO. Jahrbuch für die Ordnung von Wirtschaft und Gesellschaft. (Jahrbuch bis heute) Godesberg, 1948 (Bd. 1).

 


□ 이근식,서독의 질서자유주의: 오위켄과 뢰프케中 <오위켄의 질서자유주의> 요약


1) 경제과정

 생산요소들의 산업 간 배분, 소득분배, 저축과 투자의 배분, 생산기술의 선택 및 생산지역의 선택을 포함하는 인간의 구체적인 경제활동 전체


2) 경제질서

 법, 관습, 도덕, 국민의 의식수준과 같이 경제과정을 규정하는 사회적 제약 전체


3) 두 가지의 경제질서

 경제질서의 순수한 형태

-중앙관리경제 : 경제 내 경제계획을 수립하는 경제 주체 하나

-교환경제 : 둘 이상


4) 시장경제의 형태

 수요자와 공급자는 각각 그 수에 따라서 경쟁, 과점, 부분과점, 독점 및 부분독점 다섯가지로 나뉘므로 시장경제는 모두 25(5X5)가지 형태 존재


5)경제질서의 순수한 형태

-가격기구: 자유방임경제, 경쟁질서

-중앙관리: 완전 중앙관리경제, 부분적 중앙관리경제 (중도의 중앙관리경제)


6) 자유방임경제의 결함

 스미스가 지적하였던 정부에 의한 독점이 아니라 자본의 집중과 집적에 의해 시장에서 저절로 형성되는 시장에 의한 독점 존재


7) 독점의 폐해

- 가격기구의 왜곡 : 소비자의 몫을 빼앗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주권 침해. 독점 이윤 발생시켜 가격과 한계비용의 일치라는 효율성의 조건 파괴, 과다투자나 과소 투자를 낳는다.

- 분배의 왜곡 : 사유재산제도가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수요독점에 의한 저임이 노동자들의 빈곤의 진정한 원인 기업이 보유한 독점적 내지 부분독점적인 수요자라는 지위 때문에 노동자는 임금의 몫으로 자신의 한계생산물만큼을 받지 못했다.”


8) 중앙관리경제의 결함

-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생산수준의 저하 : 가격기구의 부재, 권력유지를 위한 과다투자의 경향 및 자발성의 결여로 인하여 생산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 불공정한 분배 : 권력에 의해 분배가 결정되기 때문에 노동자들과 권력층 간에 심한 빈부격차

- 권력의 집중과 자유의 박탈


9) 중도의 중앙관리경제의 결함

- 케인스의 완전고용정책 : 이는 확대 재정 금융정책을 이용하여 총수요를 증대시켜서 완전고용을 달성하려는 정책. 가격규제와 신용확대로 인한 인플레가 가격기구를 왜곡시킴으로써 생산의 효율성 저하. 투자부족의 진정한 원인은 총수요부족이 아니라 높은 생산요소가격과 정책의 무일관성으로 인한 높은 투자위험.

- 부분적 중앙관리경제 : 기간산업과 같은 주요산업을 국가가 직접운영하고 나머지는 시장경제에 맡기는 경제. 주요 생산재의 공급을 장악한 정부가 경제과정의 제어에 우세를 갖게 되어 사실상 중앙관리경제에 가깝게 됨.

- 직능단체적 경제질서 : 협회와 조합과 같은 민간단체가 경제과정을 운영. 모든 단체는 집단이해관계에 의하여 움직이므로 이 질서하에서는 경쟁이 배제되고 집단이기주의가 지배


10) 경쟁질서의 타당성

 네가지 질서(정책) 중에서 경제헌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경제질서만이 유일하게 올바름


11) 경제헌법의 기본원칙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실현시키는 완전경쟁의 가격기구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수립. 이를 실천하는 것이 질서정책(구성적 원칙, 규제적 원칙)


12) 구성적 원칙

물가안정을 위한 안정적 통화정책의 최고 우위: 가격 기구 왜곡을 막는 것이 최우선 정책

개방적 시장 : 무역, 투자, 창업, 이주, 직업 선택 등 모든 경제활동에서 공권력이나 사권력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경쟁시장 확립

사유재산제도 : 경쟁의 전제조건. 그 자체가 악이 아니며 독점시장과 결합할 때에만 악이다.

계약의 자유 : 경쟁이나 자유를 제한하는 악용을 막기 위해 경쟁질서와 결합.

자기책임 :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낭비를 예방. 독점화 저지. 책임회피는 중앙관리경제 초래.

정책의 일관성 : 정책의 무일관성으로 인한 위험증대는 투자 감소와 기업합병 초래. 경제정책의 급속한 변경으로 인하여 존재하는 불확실성은 다른 생산부문의 기업에 참여하거나 그것을 매수하려는 유인을 부여

구성적 원칙의 상호보완성


13) 규제적 원칙

독점 규제

독점을 조성하는 시장제한이 모두 철폐되어도 독점 발생.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평균생산비가 하락하여 가격경쟁력 높아지는 규모의 경제 때문. 그러나 이 경우 국유화나 노조의 경영참여가 답 아님. 국영의 독점기업은 사기업보다 독점적 지위를 더욱 완전하게 이용하며 노조도 높은 임금이라는 형태로 독점이윤을 배분받기 때문에 독점에 우호적. 이 경우 민간독점을 허용하되 국가가 이를 감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독점감독청 설립)

소득재분배 : 경쟁질서 실현되면 분배는 인간의 윤리적 기준이 아니라 완전경쟁의 가격기구에 의하여 분배보다는 더 공정. 그러나 가격기구 분배도 불평등. 소득 재분배정책은 필요하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는 지나친 누진세는 삼가야.

외부효과 규제 : 개별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역작용. 환경규제 노동권익 보호

최저임금제 : 시장가격 우너리에 따르면 임금이 하락하면 노동공급이 감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금이 생계비보다 못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하면 노동공급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 임금이 생계비 이하로 낮으면 근로자들은 부족한 생계비를 벌기 위하여 잔업을 하거나 부녀자와 아동들도 일하게 되기 때문. 경쟁질서가 확립되어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이 해소되면 이러한 현상이 많이 감소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나타나면 이를 막기위해 최저임금제가 필요


14)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한 국가 질서의 원칙

- 제 1원칙 : 국가 정책은 경제적 권력집단을 해체하거나 그 기능을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 재 2원칙 :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은 경쟁질서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에 한정하고 국민의 경제과정(경제활동)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15) 질서형성세력으로서의 학자의 역할 : 국가나 민간단체는 집단이해관계를 벗어날 수 없고, 사람들의 생각이 사회를 바꿀 수 있으므로 집단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학자들이 국민의 의식을 선도하여 경쟁질서 획랍의 선봉에 서야 한다.



소견


 2007년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신자유주의 사상을 공부하면서 오이켄을 처음 접하였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하이예크보다 앞서 계획경제를 비판하고 전체주의라는 위험 속에서 다시금 경제적 자유를 주장하였으나, 개별 인간들의 제한된 이성을 비판하고 가격기구를 통해 드러나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강조한 하이예크와는 달리 오이켄은 잘 작동되고 인간존엄에 합당한 질서(funktionsfähig und menschenwürdige Ordnung)”를 인간이 수립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였다. 아담 스미스와 달리 자유방임경제에서는 정부의 독점이 아니라 자본의 집중과 집적에 의해 시장에서 저절로 형성되는 시장에 의한 독점이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에, 그는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질서Ordo’를 수립할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이 칼 맑스(Karl Marx)자본(Das Kapital)을 공부한 바 있던 우리에게 하이예크보다 오이켄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신자유주의 모순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위기가 표면으로 부상하면서, 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나 아직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를 전면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이켄에 따라 형성된 사회적 시장경제론이 다시금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역사에 있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과거로 복귀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다.


 조선시대 몇백년을 논쟁해온 이황과 이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서로를 헐뜯고 비난해오던 그 역사는 전세계적으로 몇천년을 지속하고 있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말을 상기해봤을 때, 그간 우리는 얼마나 플라톤이나 아니냐를 가지고 논쟁을 해왔는가. 거기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플라톤적이다. 더욱 분명히 하자면, 진리와 권력을 결합시키려는 플라톤의 고대철학 전통과 이에 하여 정치영역(polis)에서의 도덕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영역(oikos)을 강조한 것이 바로 근대철학의 태동이며 경제학이 당연 여기에 가장 큰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이다. 정치영역을 강조할 경우 항시 도사리고 있는 소수의 자의적 지배와 전체주의에 위협에 맞서 경제학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항시 자기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영역을 강조할 경우에도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학자들이 이에 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영역에서도 등장하는 지배를 비판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맞서왔던 것은 맑스였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는 결국 다시 정치영역의 지배 질서로 편입되는 것일 뿐이었다. 현실 사회주의와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경제학은 다시금 재자리를 찾아갔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사이에는 정치라는 이름의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에 도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람이 바로 오이켄이였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경제영역을 강조하면서 등장하는 폐해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있다. 다시 정치영역으로 가야하는가? 그러나 아무도 다시 현실 사회주의의 폐해로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오이켄을 언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과거 역사의 반복일 뿐이다. 오이켄은 정치영역에서 경제영역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녔을 뿐, 두 마리 새를 잡을 수 있는 돌맹이가 되지는 못한다. 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한 채, 두 가지 길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방황하는 것일까.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오이켄을 통해, 정치영역에서만 지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영역에서도 지배가 등장한다는 것을 느끼길 바라며, 맑스의 유명한 구절을 빗대어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두 개의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